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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변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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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호성 이름으로 검색 조회 4,096회 작성일 02-11-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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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근엄한 분이시다.

영화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고, 드라마는 좀처럼 보지 않으시며, 좋아하는 스포츠도 없으시다.

아침에 일어나시면 항상 신문의 논설면을 가장 먼저 보시는....

어쩌면 유교적 절제가 생활가득히 배어있는 그런 분이신 것 같다.

드라마를 보실 때면 역사물 정도나 보신다.

어쩌면 당연하다. 아버지는 9시 이후의 텔레비전프로만 보니깐...

그러나 아버지는 꼼꼼한 성격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과 드라마의 내용비교는 항상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아버지를 망쳐놓은 것 같다.

사건의 발단은...................



아버지가 일요일날 뉴스를 보려고 하실 때였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개그콘서트를 틀어버렸던 것이었다.

잠자코 보시는 아버지 물론 단 한번도 웃지 않으셨다.

당연한 일이었다.

개그콘서트는 아버지의 취향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또 다음주...

나는 또 개그콘서트를 틀어버렸다.

아버지는 또 웃지 않으셨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날....

옥동자가 따귀소녀에게 뽀뽀를 하는 순간이었다.

'푸훗... 으허허허허허.....'

귀를 의심했다.

아버지가 웃으신 것이다.

그리고 따귀소녀가 현미의 흉내를 내자

"허허허허허허허!"

나는 아버지가 젊은 감각을 갖게 된 것이 기뻤다.

그러나......

그날 이후로 아버지는 이상해지셨다.


어느 늦은 밤........

이병헌과 영화를 찍었다면서

어떤 여배우가 탤레비전에 나오는 것이었다.

역시 이모씨였는데....

그날따라 피부가 좋지 않게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 배우 왜 저렇게 피부가 안 좋냐...

꼭 에헤헤헤헤헤헤헤헤... 하는 옥동자를 닮았다."

허걱....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 웃는걸 그날 처음 들었다.

충격 그 자체였다.

잠이 오질 않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식구들이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반찬은 많았지만 먹을 건 별로 없었다.

아버지가 갑자기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아침은 17대 1이군."

어머니가 황당해서 물었다.

"왜요? "

"17가지 중에 1가지 먹을 게 있군.

웃기지? 웃기잖아! 음... 분위기 가라앉았군"

허걱.....

미칠 것 같았다.

꼭 제정신이 아니신 것 같았다.

어머니도 걱정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날 내 옆에 가만히 앉으시더니

오른팔을 치켜들고 왼팔로 오른팔을 받쳐드는 동작을 취하며

"아들아!"

라고 부르는 것이다.

얼떨결에

"왜불러요!"

라고 대답했다.

헉....

바보2대가 된 기분이었다.



요새도 아버지는 이상하시다.

걸핏하면 "너는 왜 $@$@가 $@$@인지 아나?
*%^%*이면 이상하니까.... 에헤헤헤헤헤헤...

얼굴도 못생긴 녀석이 잘난척 하기는... 웃기지? 웃기잖아?
어.... 전화왔다. 와우! 오! 병!팔!이! 서비스....

아들아! 너는 어렸을 때 뜨거운 물에 잘못 들어가서 바보가 됐다. 빠바밤밤...

우로.... 우로.... 개그는 개그일뿐 흉내내지 말자!
개그는 개그일뿐 흉내내지 말자! "

......

이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다.

요새 우리아버지는 일요일만 기다리신다.

개그콘서트는 일요일날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 소원은 하나이다.

개그콘서트를 직접 보러 가시는 것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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