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포토에세이 6 - 물안개 속에서... > 온라인 청원 포토에세이 | 이철수 사진가 사진작가 7 6

본문 바로가기

물안개 속에서...

페이지 정보

주의 본 사이트의 이미지(사진작품)을 복사(다운로드, 캡쳐)하여,
전부 사용, 변형 사용, 일부분 사용 등 그 어떠한 형태로 사용하는 것을 무조건 금합니다.

본문

새벽 4시30분...

요 며칠 감기 기운인지 몸이 많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잠에서 깨었다. 이대로 다시 잠을 청할 것인가...나갈 것인가에 대해 20여분간 갈등과 씨름하다가 결심을 하고 일어나, 날마다 머리를 감아야 하는 습관을 오늘도 어기지 못하고 찬물에 머리를 담군후 5시가 조금 넘어 집을 나섰다.

춘천 의암호를 향하는 경춘가도... 
안개와 어둠이 시시각각 다른 장면들을 연출하며 차창에 부디치고 뒤로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 속에서 양희은의 한계령이 스피커의 고음을 흔들며 나즈막히 퍼지면서 가슴속 깊이 잠자던 묘한 감정들이 깨어난다. 그 묘한 감정들을 다스리지 못하고 무너져버리려 할때쯤 의암호에 도착했다.

끊임없이 호수가 어둠속에서 토해내는 물안개 속에서 촬영포인트를 잡고 삼각대를 세우고 자리에 앉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맑은 공기와 기온 낮은 차가움에 상쾌함이 느껴진다.

호수가 토해내는 물안개는 산허리의 안개와 어루어지면서 어둠속에서 격렬하게 춤을 추고, 산능선은 수줍은 새색시처럼 고개를 내밀다 감췄다를 반복하면서 동이 트기 시작한다.

조금전까지 어둠속에서 몸부림치던 잿빛 물안개들이 은빛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온통 세상을 은빛으로 물들여 놓았다.

8시...9시가 되어도 이들은 같은 장면을 만들지 않고 새롭게...새롭게 흐르고 있다. 
호수가 흐르고, 물안개가 흐르고, 새가 흐르고, 빛이 흐르면서 펼쳐지는 장면들과 어우러지는 소리들...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의 엔진소리...
가끔 눌려지는 셔터 소리...
가끔 물오리들이 노래하는 소리...
가끔 힘있는 물고기들이 물위로 치솟았다 떨어지는 물소리들이 끈어질 듯... 끈어질 듯... 이어지면서 클래식보다 더 감미로운 음률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금 이순간...내가 살아 있음에 대한 희노애락이 존재하지 않아 좋다. 
지금 이순간...희노애락을 느낄 수 없는 무덤덤한 이 마음의 평온이 좋다.

1997. 10. 19.

댓글목록

포토 에세이
Total 27건 3 페이지

검색

접속자 뷰

오늘: 5,501
어제: 7,737
최대: 13,876
전체: 4,841,648
현재: 230

페이지 뷰

오늘: 70,505
어제: 78,834
최대: 141,892
전체: 91,710,903
일본 가지말고, 일본제품 사지말자

사이트 관리자 및 개인정보 관리책임자: 이철수
Copyright © 1999-2024 www.csphoto.kr All rights reserved.